눈물로 북미 태평양 염분을 더한, 어리버리 한국인 세일러 둘의 수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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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다음 날 아침 날이 밝고 보니, 주변 환경이 내 머릿속 바다와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도시 안의 바다라 깨끗하진 않겠지만, 적어도 바다에 들어가 씻고 물탱크의 단물로 헹구는 정도는 가능할 줄 알았다. 바다에 나가 있을 때는 보통 그런 방식으로 물탱크 물을 아끼곤 했다. 그런데 펄스 크릭의 바다는 '갈색'이었다. 처음엔

"보기에만 이렇고 실제로는 그 정도로 더럽지 않진 않을까?" 생각했다.

바닷물로 목욕을 하겠다는 말을 들은 현지 친구들은 한바탕 웃고 나서는 이 바닷물은 박테리아 천국이라고 경고했다.


검은색 니트릴 장갑을 끼고 직접 엔진 점검을 하는 모습이 새삼 대단해 보였다. 시키는 대로 콕핏 라커에서 부동액 통을 찾아 건네주니 형광 초록색 액체를 꿀렁꿀렁 주입구 안으로 흘려보냈다.

"부동액이 이렇게나 많이 들어가네. 하나도 없었나 보다."

"원래 이렇게 한 번에 한 통 다 쓰는 거예요?"

갑작스러운 비명이 정적을 깨뜨렸다. 그것은 부동액 주입구가 아니었다.


배경음악으로 신나는 축가가 울려 퍼지는듯한 느낌이었다. 마음고생이 컸는데, 더없이 훌륭한 시작 같았다. 흥분 속에서 축하의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이제 마리나 선착장으로 이동하려고 시동 키를 돌리자 풍악이 급작스럽게 끊겨버렸다.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우리는 지금 국경심사 하는 주유 선착장에 있고, 마리나는 100미터 옆이다. 두 번, 세 번 시도해도 시동은 걸리지 않았다.


아무리 선외기 5마력 느린 고무보트라도 앞이 전혀 보이지 않자 불안했다. 책에서 읽은 대로 사전 예방 차원에서 뿌앙이를 길게 한번 울렸는데, 이게 잘못된 선택이었음을 금방 깨달았다. 곧 희미한 실루엣의 파워요트가 시야에 들어왔는데, 데크 위에서 누군가 허둥지둥 움직이는 게 보였다. 배가 더 가까워지자, 그 남자의 파자마 하의가 눈에 들어왔다. 남자는 혼란스러운 듯 정신없이 주변을 둘러보다가 마침내 우리 고무보트를 발견한 듯, 조용히 내려보았다. 바로 옆에서 뿌아앙 소리가 울렸으니, 배가 지나가는 줄 알고 화들짝 놀라 뛰어나왔을 만했다.


조타대를 왼쪽으로 꺾자 호라이즌스 호가 왼쪽으로 따라 돌아갔다. 이제 우리는 공식적으로 태평양에 진입했다. 이 때가 이 항로로 여행을 하는 세일러들에게 가장 가슴 벅찬 순간이라고 한다. 뻥 뚫린 대양으로 처음 나가는 순간의 극적인 감동은 안개 때문에 놓쳤지만, 일단 파도의 차이는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호라이즌스: "미합중국 코스트가드, 세일보트 호라이즌스, 라 푸시 바 크로싱을 하는 데에 에스코트를 부탁합니다. 오버"